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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Wiz(2008-07-25 00:42:05, Hit : 6753, Vote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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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가 보고싶은 이유


지난 토요일 밤 12시쯤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문득 든 생각이 있어 주저리 주저리 쓰다보니 천둥 번개가 치더군요.

 

 시간을 보니 새벽 4시30분.

 

 이렇게 글을 장시간 쓴건 아마도 정규재 논설위원과 대우패망비사에 들어가는 글을 쓸때와

 

 혼자서 한국경제는 앞으로 어찌되어야 하는지 공상을 하며 쓸때외에는 처음인거 같네요.

 

 그러고도 다 못쓴 장문이 되었고 오늘에야 대충 마무리를 했습니다.

 

 제가 항상 글을 검사 받는 사람에게 물었습니다.이 글을 블로그에 올려도 될까"라고.

 

 그 사람은 물었습니다."이헌재에 대한 확신이 있냐"고...저는  "이헌재보다 능력있는 집단에 대한 그리움이지"라고 답했습니다.

 

 

 

<<이헌재에 대한 단상>>

 

요즘 자꾸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생각난다.

 

 난 그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헌데 왜 그가 생각나는 것일까.

 

 한번도 대면해보지 못했지만 그에 대한 환상이 있어서일까?

 

 이유는 정확치 않다.하지만 얼마전부터 그를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건 어쩔수 없는 일이다.

 

 그의 마지막 소식을 들은 건 지난 3월 중순쯤이었던 것 같다.총선때였다.

 

 민주당은 세간의 예상을 깨고 이성남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전국구 1번에 배치했다.그는 이헌재 사단의 일원이었다.궁금했다.이번에도 그의 힘이 작용한 걸까?

 

 확인결과 ‘역시나’ 였다.여성을 비례대표 1번으로 찾고 있던 민주당 인사가 그에게 조언을 구했다.이 부총리는 경제라는 민주당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인물로 이성남씨를 추천한 것이다.그의 아이디어였던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그를 보고 싶은 정작 중요한 이유는 다른데 있는 것 같다.

 

 그가 무슨 고민을 하고 있는지를 마지막 들은 건 2년전쯤이다.

 

 그의 측근이라 불리는 한 사람을 마포 안동국시라는 음식점에서 만났다.

 

 다짜고짜 부총리 사퇴 후 근황을 물었다.

 

 그는 말했다.“곧 일본에 가실겁니다“.

 

 왠 뜬금없는 일본이냐고 물었다.

 

 “부총리 말씀이 일본에는 봄철에 택시기사만을 상대로 파는 금융상품이 있다는 거예요.봄철 일본 기후가 좋아 벚꽃이 많이 피면 관광객이 많아지고 그러면 택시기사 수입이 늘고,기후가 좋지 않으면 반대로 택시기사들 수입이 줄잖아요.그래서 기후가 좋지 않을때에 대비해 택시기사들만을 대상으로 봄에만 파는 보험상품을 만들었다는 거예요.그런 기발하고 세밀한 상품을 만들어내는 일본에 대해 공부를 하시려는 거 같애요”라고 답했다.

 

 그때도 지금처럼 그를 별로 좋아하진 않았지만 “역시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는 한국사회,한국경제의 새 답을 찾고자 했던 것 같다.

 

 제2의 외환위기가 올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지금.이헌재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야근중 걸려온 전화 한통>>

 

 

 

 

 

 진짜 얘기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4년전이다.

 

 2004년 7월19일 편집국은 무척 더웠다.별다른 뉴스가 없는 평화로운(?)을 야근을 하고 있었다.(신문사들은 보통 하룻밤에 신문을 다섯번 가량 고치고 또 고친다.새로운 뉴스가 시시각각 터져나오기 때문이다.)

 

 밤 11시30분쯤 됐을까.재정경제부를 출입하고 있는 한 선배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이헌재 인터뷰 했는데 기사 부를 테니 받아 적어요”.컴퓨터 앞으로 바짝 다가가 앉았다.

 

 요지는 한마디로 이헌재 부총리가 ‘부총리 해먹기 힘들다’는 얘기를 했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뭐냐는 질문에 “그게 좀 명확치 않은데... 청와대로부터 태클이 들어온다는 말 같기는한데”라고 선배는 답했다.

 

 난 말했다.“그럼 태클 들어와서 제대로된 경제정책 펼치기가 어렵다고 쓰면 되는 겁니까?”

 

 하지만 선배는 머뭇거렸다.뭔가 명확치 않은게 있었던 것 같다.

 

 이헌재 부총리가 무슨 정책에 어떻게 청와대가 태클을 걸었는지 정확히 말하지 않은 것 같았다.

 

 (당시 이헌재 부총리는 곤경에 처해있었다.국민은행으로부터 하는일 없이 수년간 고문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받은 것을 언론들이 대서특필하고 있었다.또 한편에서는 노무현 정부=반시장 정부라는 낙인을 찍기위한 엄청난 공격이 진행되고 있던 시기이기도 했다)

 

 선배의 말을 들은 내 머릿속에는 문득 “역시 이헌재는 노회한 사람이야”라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자신의 도덕적 위기를 더 센 넘을 끌어들여 탈출하려는 수가 아닐까라는 의심이 든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선배에게 확인했다.“그렇게 가면 되는 겁니까?”

 

 선배는 고심끝에 정책 펼치기 어렵다는 걸 제목으로 걸고 가도 될것 같다고 답했다.받아적은 내용을 토대로 기사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제목은 “정책 뒷다리 잡지 말라“였다.

 

 하지만 뒷다리를 잡은 주체가 누구인지는 여전히 명확치 않았다.뒷다리잡힌 정책이 뭔지도 마찬가지였다.

 

 늦은 시간이라 기사는 20일자 1면에 박스형태로만 처리됐다.

 

 이어 21일자 신문에는 인터뷰 전문이 실렸다.제목은 한발 더 나갔다.“시장경제 할수 있을지 회의적이다“였다.

 

 하지만 이 기사에도 정확히 누가 어떤 정책의 발목을 잡았는지는 나오지 않았다.

 

 직감했다.이헌재씨가 의도했다면 그 의도는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청와대 386을 겨냥한 뉘앙스를 풍김으로써 자신을 보호받아야 할 시장주의자로 만들어버린 셈이다.청와대와 386은 시장 수호자의 뒷다리를 잡는 세력이라는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전략의 성공이었다.

 

 하루는 기사를 받아서 중계하고 하루는 인터뷰 전문을 읽은 뒷맛은 씁쓸했다.

 

 다름아닌 이헌재라는 사람에 대한 실망때문이었다.

 

 이헌재가 누구인가? 국가가 망해버린 IMF 직후 한국경제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인물 아닌가.

 

 그 어려운 시기(DJ정부 시절) 금융감독위원회와 재정경제부 장관을 거치며 나라를 환란에서 구한 주역 아닌가.워크아웃 등 다양한 처방(솔루션)으로 DJ와 함께 한국 경제사의 가장 어려운 시기를 극복했던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과연 청와대와 386이 뒷다리를 잡아서 경제정책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을까? 물론 그럴수도 있을 것 같았지만 숱한 의문이 남았다.혹시 문제는 이헌재 본인에게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내가 알던 한국경제의 구세주 같은 이헌재는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이일이 있은 후 채 1년이 안돼 이헌재는 부동산 투기의혹 등에 연루돼 부총리직에서 사임한다.DJ때와는 달리 사람들에게 별다른 기억을 남기지 못한채 )

 

 

 

<<이헌재에 대한 의문이 풀리다>>

 

 그리고 2년후.이헌재 사단의 핵심 인물을 만난 아까 그 자리에서 2년전  의문을 풀수 있었다.

 

  궁금했던 질문을 하나 더 던졌다.

 

 “DJ때 이헌재의 성공과 참여정부에서 이헌재의 실패와의 차이는 뭐지요?”

 

 그는 말했다.“DJ때는 이헌재는 사단이 들어갔습니다.노무현정부에서는 사실상 혼자였지요“

 

 아 그거였구나.DJ정부때는 이헌재 사단이 요지 요지에 포진해있었다.다양한 아이디어를 구하고,결정된 정책을 힘있게 밀고 나갈수 있었다.하지만 노무현 정부에는 달랑 혼자였다.할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을 것이다.

 

 실제 DJ정부때 그는 워크아웃,은행합병,배드뱅크 설립 등 다양한 솔루션으로 한국경제의 구조조정을 이끌었다.그런 그였지만 노무현정부에서는 달랐다.내놓은 정책도,특별한 업적도 없었다.한마디로 솔루션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헌재의 영향력은 줄어들지 않았다.이헌재 사단은 그가 부총리직을 그만둔 후로도 한국 금융계의 가장 강력한 족벌을 이루고 있었다.이헌재 라인으로 분류되는 수많은 인사들이 한국 금융계 곳곳에 퍼져있었고 그의 후배들이 재경부와 금융감독위원회 금융정책 라인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헌재 사단’은 DJ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치는 10년간 한국 금융계를 장악했던 재정경제부 권력을 칭하는 ‘모피아’의 시대적 고유명사 이기도했다.

 

 

 

 

 

 

<<이명박정부의 싹쓸이>>

 

 

 하지만 이명박 정부들어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MB가 관치(官治)에 대해 혐오에 가까울 정도의 발언을 내뱉었기 때문이다.

 

 그는 “금융산업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데다 금융회사가 금융기관이라 불리며 권력기관 행세를 해온 것은 관치금융 때문”이라고 말했다.

 

“관(官)은 치(治)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하기까지 했던 모피아.그들로서는 섬뜩할수 밖에 없는 얘기다.MB의 스타일을 알기에 더더욱 그러하리라.

 

 실제 대통령이 당선된 후 MB는 사석에 재경부 출신인 한 인사를 불러놓고 분노에 찬 목소리로 질타했다고 한다.“니네들이 이런 자리까지 다 차지하고 있는게 말이 되는 거야?“.다름 아니라 각종 금융관련 협회까지 모피아들이 장악하고 있는 것을 지적한 얘기였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금융계에는 흉흉한 소문까지 흘러나왔다.과거 10년간 모피아의 핵심을 이뤘던 이헌재 사단이라면 더 말할 나위없는 축출의 대상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기도 한 것.

 

 (이쯤되면 모피아들도 딱한 처지가 됐다.노무현 정부때는 뒤돌아서서 기자들한테 대통령 욕이라도 실컷 할수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말한마디 잘못하면 어찌될 지 모르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뒤돌아서서 스트레스도 풀지 못할 상황이라니.그들은 얼마나 답답할까)

 

 

 

 ***(이 대목에서 아이러니 혹은 에피소드 하나.

 

 노무현 정부시절,

 

 그의 오른팔로 불렸던 안희정이 청와대에서 노통과 식사를 하고 있었다.노무현이 대통령이 된 것에 대한 대가를 치루는 것처럼 그는 모든 짐을 짊어지고 감옥까지 갔다왔다.

 

 안희정은 그 자리에서 ”왜 세상의 모든 권력은 다 해체하면서 모피아는 해체하지 않는 겁니까“라고 따졌다.노통이 초대 경제부총리에 김진표 재경부 차관을 썼고 후임에는 이헌재를 쓴 것에 대한 항의였던 것 같다.

 

 시중에는 노통이 모피아에 포획됐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였다.노통이 당시 뭐라고 답했는지는 분명치 않다.이 얘기를 안희정으로부터 직접 듣고 전해준 선배와의 자리에서 내가 술이 너무 많이 취해있었기 때문인 듯하다.

 

 아이러니라고 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권력의 집중을 싫어했던 노무현.그는 통치에 가장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알려진 검찰 국세청 국정원 경찰 등 권력기관을 장악을 포기했었다.그랬던 그가 정작 경제권력의 핵심인 모피아권력은 해체하지 않았다.

 

 그 일을 누가 하고 있는가.권력은 있는대로 다 휘두르고 싶어하는 MB가 하고 있다니 이런 아이러니가.***  

 

 

 

 

 

<<"이헌재 사단에서 빼주세요">>

 

사설이 길었다.다시 원래 얘기로 돌아가자.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이명박정부들어 금융계 인사들의 이헌재 사단 탈퇴(?) 러시가 일어났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박해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다.그는 10년간 이헌재씨의 후광속에 승승장구했다.

 

 서울보증보험 사장,LG카드 사장,우리은행장을 지낸 박해춘.그는 MB정부 들어서 “이헌재 사단에서 내 이름을 빼달라”고 말하기도 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최근 만난 모 증권 사장도 마찬가지다.그 자리에서 나는 농담처럼 ”이헌재 사단이시니까 잘아시겠네요“라고 말을 건네자,그는 무척 성난 얼굴로 나를 쳐다보며 ”뭐라구요“라고 따지듯 말했다.

 

 옆에 있던 사람들이 당황할 정도였다.과거 기사를 검색해 보면 이 사람이 이헌재 사단으로 분류된 기사들이 많이 나온다.그때도 그가 이번처럼 화를 냈을까? 당연히 아니겠지.

 

 금융계에 있는 분들이라 역시 머리 회전이 비상한가보다.

 

 그분들의 그런 행동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우려는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모피아 걷어차기>>

 

 MB는 자신의 생각을 실천하기 시작했다.금융가에 뿌리박혀 있는 이헌재 사단을 걷어내기 시작한 것이다.모피아를 걷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우선 기획재정부 장관에 강만수를 임명했다.그는 모피아의 원조인 옛 재무부 출신이긴 하지만 과거 세금관련 일을 주로 해왔다.모피아의 근간인 금융라인과는 거리가 있다.게다가 소망교회를 통해 맺어진 MB와의 관계는 세상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이번 개각에서 그많은 반대 여론에도 자리를 지킨 이유다.

 

 과거 간혹 모피아들도 들락거리던 지식경제부 장관에는 민간 출신인 이윤호씨를 앉혔다.(그가 요즘 뭐하는지 아는 사람들은 거의 없지만).

 

 전광우 금융위원장도 마찬가지다.“노무현 정부 5년간 무슨 자리만 나면 공모에 응했지만 한번도 자리에 앉지 못한 사람”이라고 누군가 말했다.능력이 없었거나 모피아에서 소외됐거나 아니면 둘다에 해당하는 케이스였던게 분명하다.(요즘처럼 금융시장이 어려운때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이창용 금융위 부위원장은 서울대 교수출신이다.청와대 누군가와 친해서 들어갔다는 게 정설인듯하다.마치 노무현 정부의 초대 금감위 부위원장을 지낸 이동걸이라는 사람을 떠올리게 하지만.김종창 금감원장 정도가 예외적인 케이스이기는 하다.하지만 그도 모피아의 핵심과는 좀 멀다.또 이마저도 애초 MB의 의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금융공기업 상황도 비슷하다.재경부 차관 출신인 박병원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사표를 받고,MB는 그 자리에 측근인 이팔성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를 앉혔다.

 

 ***그는 과거 우리증권이라는 작은 증권사 사장을 하다가 중간에 임시주총에서 물러났다.올해 3월에는 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 공모에 뛰어들었다가 3등안에도 들지 못해 예선탈락했다.두 사건이 왜 일어난 것인지 그 이유는 이번 정권에서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에서 인사는 한마디로 막무가내다.검증도 필요없고 능력도 필요없다.코드도 아닌것 같다.오직 관계다.오죽했으면 MB대통령 만드는 일등공신이었던 신문들도 거품을 물며 인사 문제를 비판할까.안타까운 노릇이다.

 

 이팔성씨의 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해 사표를 내고 재신임을 받지 못하고 떨어져 나간 박병원 회장은 어떻게 됐을까.그는 이후 촛불집회의 최대 수혜자가 되어 청와대에 입성한다.청와대 비서진이 일괄 사표를 낸 후 공석이 된 경제수석에 임명된 것이다.***

 

 

 

 

 

 

 

 

 

 

 

 

 

 

 

 

 

 

 

***이 타임에서 쉬어가는 코너.노무현 정부 초기 모 장관을 만났을때 일이다.

 

 당시는 참여정부를 아마추어 정부라고 부르는게 유행하기 시작했던 시절이다.

 

 장관은 말했다.”아마추어라고 불릴만한 일들이 때로는 일어나기도 하더라.얼마전 국회에서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기억이 확실치 않지만)을 출석하라는 요구가 왔었던 것 같다.그 보좌관은 출석할 생각을 하면서 무슨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참 답답했다”.

 

 물었다.“뭐가 답답하셨어요?”

 

 그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청와대 보좌관이 국회에 끌려나가는 건 대통령이 끌려나가는 것과 같다.보좌관이 국회에서 얻어터지면 그건 대통령이 얻어터지는 것과 같다.근데 이걸 모르고 있으니 아마추어라는 말을 들을만도 하게 생겼다”.질문은 이어졌다.“그래서요?”

 

 “내가 절대 가지 말라고 했다.그래서 그 자리에는 안나가는 걸로 결정됐다.장관이 대신 나간 거 같은데”...장관 말을 해석하면 이렇다.청와대 보좌관은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정책의 기조를 입안하는 사람이다.따라서 대통령과 한 몸이다.정부 부처는 그걸 집행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차원이 다르다.부담이 덜하다는 얘기였다.

 

 이같은 공식을 이명박 정부에 대입하면 어떨까.

 

 미국과 쇠고기 수입협상을 잘못해서 일어난 촛불집회로 대통령 실장을 비롯한 모든 보좌관들이 사표를 냈다.그리고 대부분의 사표는 수리됐다.그 장관의 공식을 이 정부에 그대로 대입하면 결국 대통령이 물러난 것이겠네(요즘 애들말로 헐이다).

 

 물론 그럴만도 하다.그들이 몇달동안 무슨 일을 할수 있었겠는가.

 

 MB를 대신해 모두 옷을 벗고 나간 것이라는 건 요즘 중학생들도 다 알고 있지만 않을까.아마츄어 정부에서 벌어진 것보다 더 황당한 일이 벌어지게 만든 이번 정부는 도대체 뭐라고 불러야 할까?

 

 

 

 

 다시 모피아 걷어내는 얘기로 돌아가자.

 

 이번 정부들어 산업은행도 민간인 출신이 은행장에 임명됐다.민유성 리만브라더스 한국대표가 주인공이다.78년 김준성씨가 임명된 후 30년만에 산업은행장에 관료출신이 아닌 민간인이 임명된 것이다.

 

 대대로 모피아 자리인 증권예탁원 사장도 지금으로선 민간인이 올 가능성이 높다.물론 영남출신이지만.신용보증기금 이사장에는 안택수 전 한나라당 의원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왔다.

 

 이밖에도 무수한 자리에 이헌재라인과 모피아를 대신해 어떤 사람들이 차지했다.심지어 대우증권 감사자리도 낙하산이 내려왔다.대우증권은 당초 감사를 연임시키거나 신규선출하려 했었다.하지만 모처에서 연락을 받고 자리를 비워놓고 기다렸다는 얘기도 있다.

 

 MB 또는 그 측근과,그의 형과 인연이 있었던 사람이 대부분인 듯하다.아니면 지난 정부 10년간 별다른 능력을 인정받지 못했던 사람들이거나(물론 그들은 다행이라고 생각하겠지.덕분에 MB정부에서 자리를 꿰찰수 있었으니까.).

 

 한마디로 금융권력의 대이동이 일어난 것이다.이헌재 시대는 가고 뭐라고 딱히 말하기 힘든 그 시대가 온 것이다.

 

 

 

<<윤진식과 황영기>>

 

예외인 두 사람이 있다.윤진식과 황영기다.

 

 윤진식은 재경부 출신이다.하지만 MB가 대단히 좋아한다는 게 정설이다.지금은 한국금융지주 회장으로 가 있다.총선에서 떨어진 사람들은 6개월간 보직을 주지않겠다는 MB의 말때문에 그 자리에 갔지만 언제든 한자리 차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게 증권가 평가다.또한 그는 노무현 정부 초대 산업자원부 장관출신이기도 하다.

 

 그가 어떻게 MB의 눈에 들었을까.

 

 2003년 초.노무현이 대통령에 취임할 무렵 장관 임명과 관련된 일화를 들은 적이 있다.

 

 “윤진식 산자부 장관은 어떻게 가게 된 겁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이렇게 답했다.

 

 “사실 별로 염두에 두지 않았던 사람이다.그런데 대강의 인선을 하고나니 고대를 나온 사람과 충청도 출신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윤 장관은 그 두가지 조건에 대한 배려 차원이었던 것 같다”.고대를 졸업한 충청도 출신의 윤진식 장관 임명은 능력보다는 학교와 지역에 대한 배려였다는 설명이다.

 

 실제 윤 장관은 산자부 장관에서 물러난후 그의 의사와 무관하게 어떠한 공직에도 못가봤다.이후 대선과정에서 이명박캠프에 합류하며 새길을 찾았다.이리 보면 이헌재 라인도 권력의 핵인 모피아의 중심도 아닌 듯하다.

 

 사실 판단을 가장 헷갈리게 했던 건 황영기다.

 

 그는 뒤늦게 결합했지만 이헌재 라인으로 꼽히는 인사 가운데 한명이다.하지만 윤진식 장관과 함께 MB가 총애하는 사람이라는 게 정평이다.그래서 그는 자신의 과오를 다 피해나갈 수 있었다.

 

 우리은행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에 투자해 엄청난 손실을 봤다.누구 책임일까?

 

 아는 사람은 다 안다.황영기 회장은 우리은행장을 겸임하며 자산규모 늘리기 경쟁을 시작했다.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무리하게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에 대한 투자를 감행했다.그의 성품상 아랫사람이 이를 거부하는 건 불가능했을 듯하다.국내 기업과 개인에 대한 대출은 물론 해외에까지 발을 뻗쳐 공적자금이 들어간 우리은행에 손실을 입혔다.그렇다면 책임은 누가졌을까?

 

 우리은행을 관할하는 예금보험공사 관계자가 당시 한 말이다.“황영기 책임인걸 누가 모르나.근데 금융위원회 위원장으로 올지도 모르는 실세를 어떻게 징계 하나?”.그래서 결국 그 밑에서 실무 책임을 주도했던 사람이 징계를 받았다황영기,그의 업적은 도대체 뭘까.그가 거쳐간 삼성투신운용 삼성증권 우리은행 어느 곳 하나 그의 이름을 남길만한 일들은 남아있지 않다.

 

 아니 있다.삼성가 오너의 비자금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차명계좌가 삼성증권을 통해 만들어졌을 당시 그는 삼성증권 사장이었다.이 부분이 이명박정부 조각당시 그가 어떤 자리도 가지 못한 이유가됐다는 게 금융가의 정설이다.(사실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증권사가 차명계좌 1000여개를 만들었다는 게 사실이면 그 회사는 어떻게 해야할까.미국이나 선진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그 회사는 어떤 운명에 처했을까.이건 안봐도 뻔하다.하지만 그 회사는 지금까지 아무렇지 않은듯 영업을 하고 있다.그런 증권사가 여전히 1류 증권사 행세를 하고 있는 우리 금융시장의 현실이 안타까울수 밖에)

 

 어찌됐건 황영기씨는 그 이름에 비해 쌓아온 업적이 너무 없다고 말하면 과한 얘기일까.한마디로 그는 이름에 비해 너무 고평가 돼 있는 것은 아닐까? 고평가된 주식들은 언젠가 제자리를 찾는 게 진리겠지.

 

 그런 그가 얼마전 국민은행 지주회사 회장에 선임됐다.

 

 그 소식을 접했을때 스쳐간 생각은 ‘황영기씨가 일자리를 찾았구나’,‘노조가 반발하겠구나‘,‘역시 MB가 좋아하는 구나‘ 이런 것들이 아니었다.

 

 

 

 

<<막내린 이헌재 시대>>

 

 

 바로 “이헌재 시대가 끝났구나”라는 것이었다.한마디로 10년간 한국 금융권력의 상징인 이헌재 시대가 막을 내렸다는 것이었다.왜 그랬을까.사실 나도 의문이다.여하튼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황영기 본인에게 물어본 적은 없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질문을 던지면 결과는 뻔할 것이다.“당신은 MB라인입니까,아니면 이헌재라인입니까?”.물론 무리한 추론이긴 하지만 내 느낌을 합리화 시킬수 있는 논리는 이정도다.나아가 그 머리좋은 황영기란 사람이 과연 스스로 진짜 이헌재 라인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어쩌면 이 생각이 그날 느낌의 실체에 가까울 지도 모른다.

 

 또 백번 양보해도 그렇다.그가 간 자리가 어디인가?

 

 외환위기이후 도이치뱅크에 다니던 사람이 이헌재라인에 결합해 리딩뱅크의 수장을 수년째 역임한 강정원 행장의 상관으로 간 것이다.

 

 이헌재라인 둘이서 잘해보면 될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그들은 투표까지 했다.이 대목은 중요하다.이헌재라인은 어찌보면 중요한 인사의 교통정리도 못할 정도로 쇠퇴한 것이거나 이헌재 부총리 본인의 말처럼 이헌재라인은 없는지도 모른다.

 

(말 나온김에,리딩뱅크 사실 이것도 사실 웃기는 얘기다.진짜 우수한 인재들 뽑아서 기업금융을 열심히 해 한국경제발전의 한축을 담당했던 상업은행,한일은행,조흥은행,외환은행 등은 외환위기 때 거의 다 망했다.살아남은 건 누구냐? 국민들한테 주택자금 대출하면서 편히 지냈던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다.그 두은행을 합친게 리딩뱅크 국민은행이다.)  

 

 어찌됐건,금융권력은 바야흐로 이헌재 라인을 중심으로 한 모피아에서 MB계로 넘어간 것이 분명하다.

 

 

 

 

 

<<그리움의 실체>>

 

이제 결론으로 들어갈때가 됐다.

 

 10년간 금융계에서 권력을 누려온 이헌재 라인은 사실상 교체됐다.그 자리를 대신한 권력은 실체도 없고 검증도 받지 않았거나 또는 능력도 별반 출중하지 않은 이명박 라인이다.황영기씨가 국민은행 지주사 회장으로 임명되던 날은 그 피날레쯤 됐을듯 하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그날의 느낌이 잘못된 것일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문득 이헌재가 다시 무대에 등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몇몇 사람에게 이런 얘기를 했더니 웃는다.아니면 고개를 갸우뚱 한다.

 

 비슷한 일은 4년전에도 있었다.(물론 상황은 다르다,실현 가능성도 떨어진다는 것을 인정지만)

 

 2004년초였던가.모 장관실을 찾았다.(당시는 노무현 정부 초대 김진표 부총리가 교체되기 직전이었다)

 

 이런 저런 얘기가 오가고 내가 장관실을 나오기 직전이었다.

 

 그가 나에게 물었다.“김형 아무래도 경제부총리 사임이 기정사실화되는데,어떻게 해야지?”.

 

 나는 되물었다.“뭘 어떻게 해요? 장관님이 하시게요?”

 

 그는 말했다.“말도 안되는 소리하지 말고..영감(노무현)이 물어볼텐데 누굴 추천하기 해야 하잖어”..

 

 난 아무 생각없이 말했다.“이헌재밖에 없는 거 아니예요?”.

 

 정권의 실세 장관중 한명인 그는 “에이..그렇게 되겠어?”라며 몇명의 이름을 거론했다.내눈에 차지 않았다.

 

 나도 순전히 감각적으로 얘기했고 그도 감각적으로 아니라는 반응이었다.

 

 대화는 여기까지였다.

 

 그리고 얼마후 이헌재는 다시한번 한국경제의 소방수로 화려하게 경제부총리 자리에 컴백했다.

 

 

 

 

 지금 이헌재가 머릿속에 맴도는 건 아마도 새로운 금융권력에 대한 불신이리라.

 

 이번 정부들어 임명된 금융계 인사중 “그래 그 사람은 그자리에 적격이지”라는 반응이 나온 사람은 몇명이나 될까.내 기억에는 거의 없다.

 

 검증된 사람은 몇명 없고 대부분이 인연의 끈을 가지고 자리에 오른 사람들에게 그 중요한 금융을 맡길수 있을까.(물론 내가 맡기는 것도 아니라서 약간 주제넘은 얘기기도 하지만,)

 

 금융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오늘의 미국이 말해주고 있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는 세계적 투자은행들을 세계 자본주의 질서의 최상위 지배계급에서 끌어내릴 지도 모른다.비즈니스위크는(뉴욕타임즈인지 헷갈림) 이번 사태를 보며 미국인들 사이에는 2류국가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하기까지 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외환위기는 금융위기였다.공장만 알고 금융을 모르던 철부지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 수년간 외국자본의 놀이터가 됐다.(물론 외국자본은 당시 구원투수 역할을 부인하는 건 아니다).

 

 그 이후 DJ 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한국은 세계 금융시장에 완전히 편입돼 버렸다.금융시장은 사실상 완전 개방된 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이 말은 한국 금융시장의 위기는 언제든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서도 올수 있음을 말한다.

 

 이 중요한 시기에 금융권력을 MB계가 장악한 지금,세계적인 불황의 먹구름이 몰려오는 지금,

 

 그들은 이 위기를 잘 관리하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할 수 있을까? 정치보다 경제로 집권한 그들의 집권 첫해 상반기 성적표는 나의 이런 의구심을 해소해줄 수 있을까?

 

 왜 나는 다시 이헌재를 찾게 되는 것일까?

 

 능력있는 집단에 대한 그리움일까?

 

 내가 모피아와 이헌재 라인을 그렇게 싫어했던 것을 잘아는 나의 지인들은 뭐라고 할까?

 

 머릿속은 더욱 복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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