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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Wiz(2004-07-19 00:15:54, Hit : 5915, Vote :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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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싸라기땅 테헤란로를 유람하다


[오마이뉴스 김대홍 기자]
▲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 삼성역 주위에서 찍은 사진.
ⓒ2004 김대홍
테헤란로 유람? 이게 웬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금융센터와 벤처기업들이 많은 이 곳에 뭐 볼 것이 있냐'고 반문을 할 이도 있겠지만, 뒷골목, 옆골목 구석구석 뒤지다보면 '음 그렇군'이라고 말할 사람이 꽤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의 대표적 문화공간중 한 곳인 LG아트센터가 이 곳에 있고, 만화나 캐릭터에 관심있는 이들이 보면 좋아할 만한 '문화콘텐츠센터', 도심속 삼림욕이 가능한 '선정릉', 독특한 외관과 함께 전시물을 구경할 수 있는 '씽크씽크미술관' '몬드리안 카페', 만물공간 '코엑스', 그리고 약간 벗어나 있지만 중요무형문화재전수회관 등이 이 길을 따라 놓여 있다.

이란에는 서울로가 있다
테헤란로에 대한 간단한 설명

강남역 사거리에서 송파구 잠실동 50번지 삼성교까지 길이 4km, 너비 50m 도로가 '테헤란로'로 강남역, 역삼역, 선릉역, 삼성역 등 네 개 지하철역이 있다. 1972년 서울시가 한양 천도 578주년을 맞아 이름없는 시내 59개 도로에 대해 이름을 붙이면서 삼릉로가 되었다가 한국의 중동 진출이 한창이던 1977년 6월 17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 시장의 서울 방문과 테헤란시와 서울시의 자매결연을 기념해 테헤란로로 이름이 바뀌었다.

1970년대 1, 2차 오일쇼크때 아무도 도와주지 않으려던 시절 이란이 기름을 공급해준 데 대한 고마움도 담겨있다고 한다. 이란에도 서울로(Seoul Road)가 있다고. 1995년을 전후해서 안철수연구소·두루넷·네띠앙·야후코리아 등이 입주하면서 테헤란로는 벤처를 상징하는 곳이 되었다.

/ 김대홍

4km라는 거리가 그리 적은 거리가 아니고, 골목 이곳저곳을 누비며 다닌다면 발품이 훨씬 더 많이 들겠지만, 종로거리를 누비는 것과는 또다른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초대형건물인 스타타워, 흡사 유럽의 어느 성을 떠올리게 만드는 충현교회, 독특한 외모를 자랑하는 삼성동 동부빌딩, 한국종합무역센터 등 빌딩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는 볼거리다.

테헤란로의 아침.

8시 30분부터 9시 사이 테헤란로에 위치한 강남, 역삼, 선릉, 삼성역에서는 넥타이부대들이 끝이 없는 것처럼 쏟아져 나온다. 책을 읽으며 걸어가는 사람을 비롯, 휴대폰으로 열심히 통화하는 사람, 담배를 입에 물고 불붙이는 사람, 손에 신문을 든 사람, 팔에 MP3를 부착한 사람 등 모습들이 다양하다.

그들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이는 먹거리 아줌마들. 김밥도 있고, 떡도 있고, 샌드위치, 토스트도 있다. 이미 서양식단에 입맛이 맞춰진 이들을 위한 토스트와 우유, 토스트와 아메리카나, 토스트와 카푸치노 등도 판매중이다. 첫 번째부터 2000원, 2500원, 2900원선.

직장인들을 위한 아침식사를 만들어 싸게 판매하는 곳도 많다. 역삼역 지하 솔밭식당에서 파는 우거지해장국은 2500원. 보다 더 저렴한 음식을 찾거나, 입맛이 맞지 않는 이들은 김밥 아줌마를 찾는다. 전복죽의 경우 역삼동에서는 1500원, 선릉역에서는 1천원에 판매된다. 1회용 그릇에 담긴 전복죽에 김가루를 뿌려주는데, 간단한 끼니용으로 먹을 만하다.

이들은 아침 6시에 나와 직장인들의 행렬이 거의 끊어질 때쯤인 오전 10시까지 일한다. 이 곳에서 2년 반동안 장사했다는 한 김밥아줌마는 3시에 기상해서 음식을 준비한다고 한다. 김밥 장사가 끝나면 미싱일을 한다고. 김밥아줌마는 옛날보다 장사가 안된다며 한숨이다. 자꾸 꼬치꼬치 캐묻자, "누구냐"고 묻는다. 기자 신분을 보여주자, 질겁을 한다. 단속에 걸린다며, 손사래를 친다. "구청에서 단속을 많이 나와요. 여러번 당했죠. 테헤란 밸리쪽이 특히 단속이 심해요. 그냥 다 들고 가버려요. 인정사정 없죠."

▲ LG아트센터에서 차병원쪽으로 조금만 걸어올라가면 로버트태권V를 볼 수 있다. 사진은 문화콘텐츠센터 2층에 있는 로버트태권V 손모양과 주인공들.
ⓒ2004 김대홍
사람들은 로버트 태권V가 사라진 줄 안다. 천만의 말씀이다. 역삼역 6번 출구에서 차병원쪽으로 1분 가량만 걸어가면 당당하게(?) 벽에 박혀 있는 로버트태권V를 볼 수 있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원장·서병문)이 운영하는 '문화콘텐츠센터'가 바로 로버트태권V의 본거지.

지난해 10월 개관한 이곳은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지하 1층은 우리문화콘텐츠를 전시, 시연하는 '전시·시연장', 1층은 캐릭터, 만화, 음악, 애니메이션, 에듀테인먼트 등의 상품을 만날 수 있는 '콘텐츠몰', 2층은 문화콘텐츠를 종합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라이브러리', 3층은 투자설명회, 비즈니스 상담, 세미나를 위한 'IR룸', 4층은 문화콘텐츠산업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공간 '콘텐츠아카데미'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하 1층에서부터 2층까지 자유롭게 관람이 가능하다. 2층에서 로버트태권V의 거대한 손바닥 위에 올라탄 철이와 영희, 김박사, 깡통로봇의 모습이 손님을 맞이한다. 김형배의 황색탄환, 강청수의 팔불출, 이향원의 이겨라 벤, 이정문의 철인 강타우, 윤승운의 두심이표류기, 신문수의 도깨비 감투·로봇 찌빠, 김동화의 요정 핑크, 이진주의 달려라 하니, 이상무의 비둘기 합창 등 옛 만화뿐만 아니라, 허영만의 식객, 이두호의 객주, 홍승우의 비빔툰, 박광수의 나쁜 광수생각 등 비교적 최근 만화까지 구비되어 있다.

DVD 코너에는 미래소년 코난, 신세기 에반게리온, 신기동전기 건담W, 모노노케 히메, 바벨 2세 OVA, 독수리 5형제, 이웃집 토토로, 똘이장군 제3땅굴편 등이 있으며 인터넷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숫자나라, 과학나라, 한글나라, 영어나라, 음악나라 등 여덟 종류로 꾸며진 '에듀테인먼트관'은 학생들을 위한 공간이다. 사슴 그림을 내보내고 맞는 말을 고르라며 '사슴 삿움 사심' 등이 보기로 나오는 아주 유치한 문제에서부터, 루브르 박물관 기행까지 자료가 다양하다.

홍보기획팀 이동주 차장의 말을 빌면 2400 종류, 1만4천여점이 이곳에 전시중이다. 오로지 국산품만으로만 구성돼 다양성 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게 그의 말. 3층은 104명이 입장할 수 있는 세미나 및 리셉션 공간인데, 하루 대관료가 50만원으로 저렴하다.

전시회 행사도 꾸준하게 펼쳐지는데, 개관 당시 로버트태권V 기획전을 실시한 것을 비롯, 지금까지 여섯 번의 전시회가 펼쳐졌다.

문화콘텐츠센터는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콘텐츠를 전시하면서, 국내외 홍보 기능도 겸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관계자들이 주목한다. 15일에도 코엑스 캐릭터페어에 참가하는 중국인 관계자 명이 이 곳을 찾아왔고, 전국 지자체에서도 많이 방문한단다. 역삼역 6번 출구에서 150m 거리. 무료. 02-2051-3070.

"겨울연가 수익 3천억원, 문화산업 엄청나죠"
미니인터뷰-홍보기획팀 이동주 차장

"문화콘텐츠의 중요성은 누구나 중요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겨울연가, 가을동화 등을 활용한 상품들이 많이 개발되고 있는데, 캐릭터 분야는 아직 약합니다. 그래서 아직까지 문화상품 관련 상설 마켓이 활발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이동주 차장은 문화상품 시장이 엄청난 규모라고 이야기한다. KBS가 겨울연가로 벌어들인 수익이 자그마치 3천억원. 그러나, 폭발적인 성장세에 비해 아직 제도적 장치가 모자라다고 설명한다. 일본 수출뒤 84개 업체가 이익 배분 때문에 KBS를 찾아왔는데, '몇 분짜리 음악은 얼마' 등의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협상에 애를 먹었다고.

최근 들어 상설 마켓의 필요성을 느끼는 곳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얼마전 남대문과 밀리오레쪽에서 해보고 싶다는 연락이 왔었고, 춘천애니메이션센터에서도 상품공급을 타진했단다. 부산시에서도 실무자가 방문해서, 개설 방안을 물어보고 갔다고. 이차장은 정부기관 중에서 한국전산원 다음으로 방문자 숫자가 많은 곳이 문화콘텐츠센터라고 자랑했다. / 글쓴이

▲ 선정릉은 테헤란로의 공기청정기다. 선정릉에서 바라본 테헤란로의 빌딩숲들.
ⓒ2004 김대홍
이 곳의 지하철역 이름은 선릉역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선정릉역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선정릉역이라고 부르는 게 옳다. 선릉과 정릉이 안치돼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무려 1시간을 꼬박 걸어야 전체를 둘러볼 수 있는 이 곳은 도심 한 가운데 있는 거대한 공기청정기다. 빌딩숲속에 갇힌 테헤란로 사람들이 아직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 곳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릉은 조선 제9대 성종과 제2계비 정현왕후 윤씨의 능, 정릉은 성종의 아들 중종의 능이다. 과거 조선의 명군으로 이름이 높았던 성종의 지명도가 높았으나, 드라마 '대장금' 상영 이후 아들인 중종의 인기가 아버지를 뛰어넘어 버렸다.

방문한 날은 흐릿한 날씨였지만, 선정릉 안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손을 잡고 산책하는 노부부, 수다를 떨며 걸어가는 세 네 명의 여학생들, 신문을 얼굴에 덮고 잠을 청하고 있는 직장인, 웃옷이 땀으로 흥건하도록 걷기를 하고 있는 중년 남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웰빙'을 하고 있다.

비교적 평탄한 길이지만, 등산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언덕 몇 곳이 숨을 몰아쉬게 만든다. 샛길과 긴의자 등의 쉼터가 많다. 선정릉 내에 있는 매점에서 음료수를 살 수 있고, 국수 등의 간단한 요기거리도 판매한다. 어느 왕릉이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이 곳도 아주 조용하고, 느릿한 기분을 느끼게 만든다. 하품을 하는 입구 공익요원들의 모습이 이 곳의 느긋함을 잘 보여주는 듯하다. 일반 500원, 청소년 300원. 월요일 휴일. 02-568-1291.

/김대홍 기자 (bugulbugul@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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