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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 호수의 도시 시애틀. 인구 50만의 시애틀이 유명한 것은 이름을 딴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스타벅스와
마이크로소프트(MS)란 굴지의 브랜드도 한몫했다. 파이크 스트리트 끝에 위치한 어시장 파이크 플레이스엔 스타벅스 1호점이 옛 모습 그대로 영업을
하고 있고, MS 본사는 시애틀 외곽 레드몬드의 푸른 잔디밭 속에 자리 잡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창립자인 빌게이츠에게는
수많은 수식어들이 따라붙는다. 소프트웨어업계의 악마, 독점왕, 세계최고의 갑부, 그리고 세계 최고의 자선가. 미국 부자 서열 1위를 11년째
고수하고 있고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부자란 말도 빌 게이츠를 설명해주는 말이다.
소프트웨어업계를 독점해 세계를 지배한다는
악평도 있지만 빌게이츠는 가장 존경 받는 부자이기도 하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철저히 실천하며 상속세 폐지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등
부자사회, 아니 미국 사회를 이끌어 가는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빌게이츠, 성공신화 + α
빌게이츠는
55년 시애틀에서 태어났다. 1973년 하버드대학 법학과에 입학한 뒤, 74년에 폴 앨런과 함께 최초의 소형컴퓨터용 언어 베이직을 개발했다.
75년에 뉴멕시코에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설립한 뒤 학업을 포기하고 사업의 길로 들어섰다. 81년 MS도스를 개발했고, 90년대 들어 그래픽 지원이
가능한 OS 윈도우3.1을 내놓고 윈도우95, 98, 2000, XP 등을 통해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을 석권했다.
MS가 비난을
받는 것은 운용체계를 기반으로 소프트웨어 경쟁사들을 차례차례 무너뜨려갔기 때문이다. 윈도우와 함께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팔아 경쟁프로그램인
네스케이프를 사라지게 했다. 미디어플레이어를 통해 리얼 플레이어를 파산지경에 이르게 했다. 또 메신저, 게임, 뉴스에 진출한데 이어 최근에는
검색엔진 시장 까지 진출하는 등 소프트웨어 왕국을 만들고 있다.
이렇게 해서 MS가 벌어들이는 순익은 해마다 100억달러(한화
11조원)정도. 빌게이츠는 MS 지분 30%인 12억주를 보유하고 있으니 매년 30억달러의 순익을 얻는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올해 MS의
현금배당확대정책에 따라 빌게이츠가 받을 특별 배당금은 36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월드넘버원 빌게이츠
재단
여기까지라면 빌게이츠는 벼락부자로 끝날 수밖에 없다. 존경받는 부자도, 영향력 있는 부자도 아닌 그만그만한 구두쇠
‘스쿠루지 영감’에 불과할 것이다. 그런데 빌게이츠는 진정한 의미의 최고 부자가 됐다.
빌게이츠는 2000년 1월 부인과 공동으로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세웠다. 빌게이츠재단은 94년 빌게이츠 아버지인 윌리엄게이츠가 세웠던 윌리엄게이츠재단을 기본으로 빌게이츠가
사재를 출연해 세계 최대의 자선단체로 거듭났다. 지금까지 빌게이츠 부부가 출연한 금액은 220억달러. 전 재산 460억달러의 절반가량이다. 올해
말에 받게 될 배당금 36억달러도 고스란히 빌게이츠재단에 투여될 예정이다.
빌게이츠재단의 애비 렉(Abby Reck)은
“빌게이츠는 3명의 자녀들에게 1000만달러 정도의 재산만 남겨주고 나머지 전 재산을 사회에 기여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일반인에게
1000만달러(한화 110억원)는 어마어마한 돈이지만 빌게이츠는 자녀들에게 최소 생계비만 물려주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최소생계비만 남겨두고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게 빌게이츠의 생각이다.
SW 독점왕..연12억달러 기부 등 전재산 사회환원하는 자선왕
변신
빌게이츠는 또 “사회에서 성공을 한 사람들은 어떻게 사회에 부를 환원하고 불평등을 개선할 것인가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빌게이츠와 함께 재단을 대표하는 인물은 패티 스톤사이퍼(Patty Stonesifer) 공동대표다. 패티는 어렸을 때
아버지가 릴리파운데이션이란 자선단체로부터 도움을 받은 이야기를 전했다. 릴리파운데이션은 미국에서 빌게이츠재단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자선단체인데
인디애나폴리스를 중심으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릴리의 부친은 릴리파운데이션의 도움으로 치킨수프 장사를 해 자녀들을 키울 수 있었다고 한다.
패티는 “어렸을 때 자선단체로부터 받은 도움은 평생 동안 잊혀지지 않는다”며 “기부자의 입장이 돼 조금이라도 사회에 돌려주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패티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임원까지 하다 퇴사한 뒤 빌게이츠가 재단을 설립할 때 다시 합류해 대표를 맡고 있다.
빌게이츠재단이 관심을 쏟고 있는 분야는 개발도상국의 질병치료, 교육, 도서관확충, 그리고 미국 북서부지역발전이다. 가장 많은 돈을
투여하는 부분은 질병치료부문으로 말라리아 백신개발, 에이즈퇴치 운동 등에 가장 많은 기부를 하고 있다. 지난해 빌게이츠재단이 기부한 돈은
11억8000만달러. 이중 5억7000만달러를 백신개발 등에 사용했다.
상속세 폐지도 반대..부자는 정당한 세금을 내야
한다
빌게이츠는 또 부시대통령이 추진하는 상속세 폐지안을 적극 반대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부시대통령은
감세정책의 일환으로 상속세를 폐지하겠다고 공약한바 있다. 상속세율은 재산액 67만5000달러부터 약37%, 300만 달러이상은 55%다.
부시대통령은 2006년까지 100만달러까지 상속에는 세금을 면제하고 단계적으로 상속세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안은
하원까지 통과했으나 상원에서 부결됐고 빌게이츠, 조지소로스, 워렌 버핏, 록펠러가문 등 부자들이 앞장서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뉴욕타임스에 광고까지 내걸면서 상속세가 폐지되면 기부문화에 타격을 입고 빈부 격차가 더 커지는 등 부작용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을 둘러싼 많은 문제와 부조리가 있지만 미국이 1류 국가인 것은 부자들 덕인지 모른다. 부자들이 사회를 이끌고 부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건전한 나라. 빌게이츠와 같은 당당한 부자들이 많이 탄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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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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