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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는 사방(四方)을 향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한 1년이면, 총 몇 장의 사진이
만들어질까 하는 생각과 함께, 만일 이들 사진을 모두 모은다면 거의 완벽하게 광화문 사거리를 3차원으로 재구성할 수도 있겠구나 라는
‘망상(妄想)아닌 망상’도 해보았습니다. 이순신장군 동상을 비롯해 광화문의 수많은 크고 작은 피사체를 향해 각각 다른 기종의 카메라로, 각각
다른 위치와 시간에 찍어댔을 수많은 사진을 모아 유사성만 찾아 입체적으로 재배치한다면 그것이 곧 가상공간에 구현한 3차원의 광화문 사거리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워싱턴대학이 공동 개발했다는 가히 놀라운 영상가공 기술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개별 사진의 이미지를 수집하여
유사성(similarities)을 추출한 뒤, 이들 유사성을 모아 3차원으로 사진의 현장을 재구성해내는 ‘포토신스'(photosynth)라는
프로그램입니다. MS의 리차드 스젤리스키(Richard Szeliski)라는 연구원과 워싱턴대학의 노아 스내블리(Noah Snavely),
스티븐 세이츠(Steven Seitz)가 공동개발한 일종의 영상 브라우저입니다.
위의 사진은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입니다. 다양한 각도와 다양한 카메라, 다양한 시간에 촬영한 개별 사진(위의 왼쪽)을 3차원 사진(아래)으로
재구성하였습니다. 각 사진의 촬영각도와 위치(위의 오른쪽)별로 사진을 다시 배치함으로써 3차원 모델이 완성된 것입니다. 첨부한 동영상 클립을
보시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http://labs.live.com/photosynth/videodemo.html
리차드
스젤리스키가 말한 원리는 간단합니다. 우선 각각의 개별사진에서 특징적인 부분을 추출합니다. 그리고 이 특징을 다른 사진들과 일일이 비교함으로써
유사성을 뽑아냅니다. 이어 이 유사성을 조합합니다. ‘2D 사진’으로 ‘3D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일종의 랜더링인데, 스젤리스키는 “결국
기하학(geometry)의 문제”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완성된 3D 이미지는 완전히 새로운 사진 감상의 즐거움을 가능하게 합니다. 광화문 사거리의 이순신 장군 동상을 시청 쪽에서 바라보다가(시청쪽에서
찍은 동상 사진을 보다가), 이번에는 인근 KT건물 옥상에서 내려봅니다(KT옥상에서 찍은 사진을 감상합니다.) 그리고는 종로쪽, 서대문쪽,
청와대쪽에서 동상의 옆과 뒤도 볼 수 있습니다.
3차원
이미지 속으로 마치 날아다니거나 걸어 다니는 것처럼 컴퓨터상에서 입체적 이미지를 요모조모 이런 저런 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는데, 보고자 하는
사진은 클릭하면 줌인이 되어 크게 나타났다가 줌아웃시킬 수 있습니다.
조직화되어
있지 않은 개별 사진을 한 장 한 장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3차원으로 조직화되어 있는 개별 사진들을 한꺼번에 입체적으로 혹은 한 장씩 다각도로
볼 수 있게 한 것이 이 프로그램의 특징입니다.
이
기술은 올해 말 상용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내년에는 매우 다양한 영역에서 이 기술이 응용될 것이라고 MS는 밝혔습니다.
저는
이 기술을 보면서 이 기술의 무한한 응용가능성과 함께 ‘위험’도 생각했습니다. 부동산 사이트에 접속해 집을 구경할 때 유용할 것 같습니다. 도시
투어에 응용한다면 날개를 달고 서울시내 한복판을 휘힉 날아다니면서 구경하는 것 같은 ‘버추얼 투어’도 가능합니다. 호텔에서는 손님이 묵을 방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면서 모객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만일
이 기술을 범죄 수사에 응용한다면 어떨까요. 신원을 알 수 없는 범인의 얼굴 일부가 찍힌 사진 한 장을 가지고 있다면, 이 사진을 인터넷상의
블로그와 카페 등에 노출되어 있을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 사진과 대조하면서 유사성을 뽑아내고 이를 통해 신원을 확인하는 식의 응용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혹시 내 얼굴과 비슷한 사람을 찾아보고 싶다”고 한다면 어떨까요. 닮은 꼴 얼굴을 찾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서울
시내의 모든 폐쇄회로TV(CCTV)를 연동시켜 무수한 사람들 속에서 특정 얼굴과 신체의 소지자를 찾는 것도 가능할 것입니다. 평생 사진 한 장
찍히지 않는다면 모를까, 이제 숨을 곳은 없어지는 게 아닐까요. 포토신스의 기술을 감상하면서 든 ‘몽상 아닌
몽상’입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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