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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선을 보인 쌍용차의 9, 11인승 레저차량 로디우스는 대형차인 체어맨의 플랫폼을 사용했다. 승용차 플랫폼을 이용해 레저 차량을 만들고
있는 추세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국내에 들어온 혼다의 SUV인 CR-V도 소형차 '시빅'의 플랫폼을 사용한 것이다.
플랫폼을 공유한 차량을 처음 개발한 회사는 일본 업체였다. 그들은 1980년대 초반부터 플랫폼을 공유해 미국 업체보다 모델 교체 주기를
2~3년 정도 앞당겼다.
한국에서 플랫폼이 같은 차량이 등장한 것은 1990년대 중반. 자동차 업계에 비용절감 바람이 불면서 시작됐다. 업계는 신차 개발 비용을
최고 50%까지 절감할 수 있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플랫폼을 공유할 경우 최소 2000억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장점도 있지만 때로는 역효과를
낳기도 한다.
고급차인 재규어와 대중차인 몬데오는 플랫폼을 공유했지만 재규어의 고급스러운 멋이 사라지면서 판매가 위축되기도 했다. 볼보의 중형 세단
S60도 일본 마즈다의 플랫폼을 공유하면서 비용 절감을 시도했지만 고급차의 특성을 지키기 위해 여러 기능을 장착하다 보니 결국 개발비를 줄이지
못했다.
대우자판 황순하 상무는 "플랫폼 공유는 업체 입장에서 보면 비용절감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고급차에 대중차 플랫폼을 쓸 경우 고급차의 느낌이
사라진 '무늬만 고급차'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몸체 공유 어디까지=현대차의 준중형 세단 아반떼XD, 5인승 미니밴 라비타, 스포츠 쿠페 투스카니, 기아차 세라토의 플랫폼은 같다.
세라토는 아반떼와 겉모양을 완전히 다르게 해 잘 팔리고 있다.
현대차의 EF쏘나타 플랫폼은 무려 네 차종에 쓰인다. 싼타페.그랜저XG.트라제XG.옵티마(기아)다. 옵티마의 경우 쏘나타와 외관은
차별화했지만 실내 장식이 크게 바뀌지 않아 쏘나타보다 판매에 뒤졌다. 그랜저XG는 고급스러운 감각을 가미해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에는 뉴 쏘나타가 출시됨에 따라 이들 차량의 스타일이 모두 바뀔 수밖에 없게 됐다. 뉴 그랜저XG는 올 상반기, 뉴 옵티마는 올 하반기에
나온다.
수입차의 경우 포드 링컨의 세단 LS와 재규어의 S-TYPE 역시 플랫폼을 공유했다. 볼보의 SUV인 XC90과 세단 S80도 형제
사이다. 볼보는 역사상 최대 금액인 7조2000억원을 투자해 새로운 S80의 플랫폼을 개발했고 이를 그대로 XC90에 사용하고 있다. 수입차 중
한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렉서스 ES330도 도요타 캄리와 같은 플랫폼이다. 지난해 하반기 국내 출시된 캐딜락의 SUV SRX도 영화
'매트릭스2'에 등장했던 캐딜락의 신형 세단 CTS와 같은 플랫폼이다.
◆플랫폼이란=자동차의 주요 뼈대를 말한다. 넓게는 자동차의 골격뿐 아니라 엔진 성능을 좌우하는 파워 트레인(엔진과 변속기)과 노면의 충격을
흡수하는 서스펜션, 차 바닥 뼈대 등으로 이뤄진다.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더라도 서스펜션과 엔진의 출력 조정, 내외장 디자인에 따라 전혀 다른
모델이 만들어진다.
또 같은 플랫폼으로 세단형(승용).해치백(트렁크가 없는 모양의 차).쿠페(스포츠형 세단).컨버터블(오픈카) 등의 차를 만들 수 있다.
김태진 기자 tjkim@joongang.co.kr
*** 같은 몸체라도 디자인따라 희비 엇갈려
겉모양은 다르지만 자동차의 가장 중요한 동력 생산 및 전달 기능을 하는 엔진과 변속기가 같은 차량이 상당수다. 몸체(플랫폼)를 공유하는
'형제 차'라고 해서 다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디자인이냐, 마케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판매량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나온 신차 중에는 현대차 투싼과 기아차 스포티지가 플랫폼을 공유했다. 두 차량은 외관과 실내 장식만 다른데도 판매량은 차이가 많이 난다. 월
평균 판매에서 스포티지가 투싼보다 2000대가량 많이 팔린다. 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플랫폼은 같아도 디자인과 마케팅(광고) 능력에 따라
판매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가를 잘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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