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경하는
김기춘 위원장님!
비록
의원님의 지역구 주민은 아니지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의원님께 글을 올립니다.
법무부장관을
역임하시고, 현재 한나라당 소속 재선의원으로서 국회 법사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고
계시는 의원님의 명성은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모두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위원장님의
뛰어난 능력과 법학 분야의 학식은 과거 유신헌법 기초 작업에 참여하신 것을
비롯해, 법무부 장관 역임 등의 경력을 통해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게다가
확고한 이념적 신념을 가지고 공산주의자들을 뿌리뽑기 위해 여념이 없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바쁘신 위원장님이 얼마전 또 한가지 중책을 맡았다는 소식을 뉴스에서 들었습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실로 역사적인 사건에서 국회 법사위원장으로서 검사 역할을
맡아 헌법재판소의 재판에 참여하신다는 소식입니다. 아마 재판 결과에 따라
위원장님의 이름이 교과서에 올라 후대에까지 이름이 빛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위원장님이 법을 잘 아시는 분이니 정말 궁금한게 있습니다. 혹시 부산의 초원복집을
아십니까? 비록 지방도시의 평범한 음식점에 불과하지만 위원장님 덕분에 전
국민이 다 알고있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혹시
지난 92년 대선 당시 법무부장관이셨던 위원장님께서 김영환 부산시장, 박일룡 부산경찰청장,
이규삼 안기부부산지부장, 김대균 기무사지대장, 우명수교육감, 정경식 지검장 등
부산 지역에서 '한가락'하는 기관장들을 초원복집으로 불러 모으신 것을 기억하시는지요?
그곳에서
위원장님께서는 "당신들이야 노골적으로 (선거운동을) 해도 괜찮지 뭐….
우리 검찰에서도 양해할 것이고, 아마 경찰청장도 양해…"라는 말씀과 함께
"우리가 남이가? 이번에 안되면 영도다리에 빠져 죽자!" 라는 아직까지도
인구에 회자되는 명언을 남기셨습니다. 현직 법무부장관의 친목모임을 불법도청했었던
국민당은 처벌을 받았지만, 사실 위원장님을 유명세에 올려주고 그후로도 계속 건승하시도록
크게 기여한 셈이니 사실 상을 줬어야 옳지 않았나 싶습니다.
각설하고,
앞으로 한법재판소에서 열릴 탄핵재판에서 가장 큰 이슈는 선거법 위반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공직자의 중립 의무를 노무현 대통령이 위반했다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현직 법무부장관이 유력 기관장들을 불러모아 관권선거를 장려하고
획책했으며, 또한 지역감정을 조장한 것은 선거법 위반이 아니었는지요? 법적으로뿐만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중대한 문제가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것입니다.
존경하는
위원장님, 공직자의 중립 의무를 위반한 전력을 가지고 있는 당신은 죄송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재판에 소추위원으로 나설 자격이
없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잘못했는지의 여부를 떠나 당신 자신의 도덕적
흠결로 인해 그 법적 공방에 나서면 안됩니다.
가장
늦다고 생각된 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 합니다. 만약 지금까지 걸어오신 길에
대해 조금이라도 후회나 반성이 있으시다면 국회 법사위원장직과 탄핵소추위원직을
사퇴하십시오. 그것만이 당신 자신과 후손들의 명예를 지키는 유일한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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